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공백으로 체력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전문의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8월 전국 대학병원 88곳에서 사직한 전문의는 총 2757명으로, 지난해 동기(2559명) 대비 8% 가량 증가했다.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전문의들의 사직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전문과목별 전문의 사직 현황을 보면 내과 사직 전문의 수는 864명으로 전체 사직 전문의의 31.3%를 차지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194명·7.0%), 정형외과(185명·6.7%), 외과(174명·6.3%), 응급의학과(130명·4.7%) 등이 뒤따랐다.
전문과목별 전체 전문의 수 대비 사직자 비율은 전체 응급의학과 전문의 2370명 중 130명이 사직한 응급의학과(5.5%)가 가장 높았다.
지역별 전문의 사직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사직 전문의 수는 총 1987명으로, 전체 사직 전문의(2757명) 중 약 72%를 차지했다. 지역별 사직 전문의 수는 서울이 1381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491명), 부산(145명), 대구(134명), 인천(105명) 등이 뒤따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후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빈 자리를 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역부족"이라면서 "내년에 신규로 배출되는 전문의 수도 크게 줄어 남은 인력도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년 초 시행 예정인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 가능한 전공의 수는 576명으로 올해의 2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용된 전공의 1만463명 중 지난달 30일 기준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1327명으로, 이 중 내년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 가능한 인원은 576명이다. 올해 초 치러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2782명)의 5분의1 수준이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공백 사태가 8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임상 연구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한응급의학회가 지난 17일부터 양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24년도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총 34편의 연구 발표(구연 발표 27편·포스터 발표 7편)가 진행돼 전년도(총 165편)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전년도 구연 발표는 82편, 포스터 발표(보통 연구결과)는 83편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구연 발표는 약 3분의 1, 포스터 발표는 약 12분의1 수준으로 각각 줄었다"고 말했다.